<한국화와 전통 민예품의 만남전>을 기획하며...
파란 하늘이 가을을 느끼게 하는 계절입니다.
십 년 만의 폭염도 물러간 2004년 가을, 우리 모두의 마음 또한 푸르고 넉넉해짐을 느낍니다.
충남한국화협회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창립 20주년 기념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본 회는 각급 학교의 강단에 서는 작가 및 전업 작가들이 참여하여 정기전, 소품전 등을 개최하였으며, 수차례의 초대전은 물론, 부채 그림전, 대전 MBC 문화방송의 “아름다운 금강전”, “향기와 맥전 - 안견이후 600년의 충청미술전”, “한국 부채 그림” 순회전 등을 기획하여 충남의 한국화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충남한국화협회는 그동안 주로 순수조형 중심의 창작활동을 해 왔으나, 올해에는 <한국화와 전통 민예품의 만남전>이라는 주제로 뜻 깊은 전시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민예품(民藝品)이란 민중의 생활 속에서 우리 풍토․정서․습관 등을 바탕으로 자연스럽지만 아름답게 만들어지고 전승되어온 민족 고유의 공예품이나 생활 용품을 두루 이르는 말입니다. 민중 사이에서 만들어진 생활 용구 중 기능적으로 건강한 아름다움을 가진 민예품의 특징을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일상생활에 사용될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아름다움과 튼튼하고 소박한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
둘째, 만든 사람도 사용하는 사람도 일반 민중으로, 특정한 예술가의 작품이 아니며 특정한 개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셋째, 수공예품으로, 기계에 의한 대량 생산품은 민예품이라고 하지 않는다.
넷째, 지방의 전통과 특색을 나타낸다.
다섯째, 천연의 재료를 사용하며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우리의 민예품은 산업화 이후 기계화와 저렴한 공장제품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민중을 위한 실용성에서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관례(慣例)로서 행해 온 세시풍속(歲時風俗)은 민예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바, 이번 전시회의 작품과 관련이 있는 세시풍속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설날, 일가친척 및 친지를 만나면 '덕담(德談)'으로 서로 새해를 축하하는 인사를 하며, 부녀자들은 '널뛰기'를, 남자들은 '연날리기'를 한다. 연은 창호지나 백지, 대나무로 만들며,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본격적으로 날린다.
4월 초파일(初八日), 부처님 탄신일로 불가(佛家)의 큰 명절이며, 욕불일(浴佛日)이라 하여 글자 그대로 부처님의 은혜를 온몸에 입는 날이다. 이 날은 절에 가 재(齋)를 올리고 저녁에는 연등(燃燈)을 온 집안, 온 마을에 달아 놓거나 줄을 지어 제등행렬(提燈行列)을 한다. 등의 종류도 각양각색이어서 불교의 상징인 연등(蓮燈) 외에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빛깔과 모양이 많았으며, 재료도 종이 외에 붉고 푸른 비단을 바르기도 하며, 글씨나 그림을 그려 더욱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한다.
단오(端午), 음력 5월 5일로 더운 철로 접어드는 시기로 부채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단오선(端午扇)이라 하여, 임금이 조정의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는데, 공조(工曹)에서 만들거나 진상된 둥글게 만든 단선(團扇)이나 접게 만든 접선(摺扇) 또는 쥘부채 등이 있었다. 동지 때의 책력과 함께 단오절의 부채는 임금이 절기에 따라 하사하는 것 중에서도 손꼽히는 것이었다.
이렇듯 다양했던, 유기체인 세시풍속․민속예술․민간신앙 등이 거의 소멸했고, 남아 있는 것조차 우리의 고유한 민속적인 측면들을 잃고 말았으며, 민중의 생활예술품은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의 영향으로 급속하게 사라졌거나 서구화했습니다. 따라서 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살리고, 우리 문화의 순수성을 찾아내어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주체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한국화와 전통 민예품의 만남전>은 충남한국화협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이러한 세시풍속과 관련된 전통 민예품을 활용한 한국화 기획전입니다. 본 기획전은 전통 민예품 - 한지로 만든 방패연,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종이 등(燈), 둥근 부채인 단선, 합죽선과 오죽의 접는 부채, 공작선, 한지 우산, 한지 가방, 한지 옷, 병풍, 가리개,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도자기 그림, 닥지, 실크, 광목, 격자창, 미닫이창 등 - 에 한국화 작품을 입체적으로 표현, 제작하여 설치합니다.
본 전시회는 전통 민예품을 활용한 한국화 작품으로 시민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 우리의 전통문화와 한국화를 쉽고 흥미 있게 감상할 기회를 마련하고, 잊혀진 선인들의 멋을 찾아 한국화의 현대적 감각을 제공하려 합니다. 그리하여 21세기의 새로운 전통문화예술 발전과 교육에 이바지 하고자 합니다.
넉넉한 계절, 이 가을에 한국화 축제 한마당, <한국화와 전통 민예품의 만남전>에 초대하오니 감상하시고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2004. 10. 6
충남한국화협회 회장 백 인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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