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계산방/백인현미술관

(화집) 송계산방 백인현 <2014발행>/1. 요산요수 작품

중국의 관음당문화지구와 연우화랑 1 - 백인현

송계산방 2008. 7. 4. 15:39

 


아시아 예술 심장부 '베이징'…혈류 동력 중앙미술학원


베이징이 중국의 정치적 수도라면 상하이는 경제수도라 할 수 있다.


상하이가 미국의 뉴욕을 떠올린다면 베이징은 워싱턴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고도 베이징이 풍부한 문화유산을 자랑하고 거대도시라는 점에서 워싱턴과 다르다는 점만 더하면 말이다. 또 하나, 대중예술에서 전시 공연예술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현대 예술을 견인하는 뉴욕과 달리 중국 예술은 베이징이 견인하고 있는 점도 다르다.


이 대목에서 개혁개방의 창구이자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폭발적 기세로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상하이가 뉴욕처럼 문화와 예술을 주도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에 빠져든다.


고색이 창연한 도시, 개방과 개혁의 여파가 상하이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 도시, 그 베이징이 상하이에 앞서 중국미술, 아시아 미술의 심장부를 자처하는 동력은 무엇인가.


앞서 베이징 미술이 현대미술의 전면에 등장하게된 심리적 계기가된 89년 천안문 사태와 베이징은 개혁개방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이라는 나라의 정치·경제·행정의 수도였다는 점과 그 맞은 편으로 이 나라 최고의 미술대학이 바로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면 궁금증이 풀릴 듯도 하다.


中예술 개혁개방 선도하는 중앙미술학원


베이징에는 중국 최고의, 유일한 국립미술대학인 중앙미술학원이 있다.

이곳은 중국 미술계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의 중심이다. 전통 중국화에서 현대 회화와 조각에 이르기까지 내로라 하는 작가와 현대 중국미술을 선도하고 있는 기획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대학 출신이다. 물론 미술계의 각종 요직도 이들이 독식하고 있다.


아방가르드 선두주자인 장샤오강과 위에민준·팡리쥔·쉬빙 등이 이 곳 출신이고 기획자로는 차이나 아방가르드 작가의 대부로 꼽히는 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리셴팅, 중국 아트페어의 선구적 인물로 꼽히는 동멍양 등 수도 없이 많은 작가와 기획자들이 이 곳 출신이다.


이 정도면 현대 중국미술에서 중앙미술학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한 것도 없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점은 중국미술, 다시말하자면 중국 문화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중앙미술학원 출신들이 중국예술의 개혁개방을 선도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쟝샤오강과 쉬빙을 비롯한 이들 중국현대미술 선두주자들은 ‘냉소적 사실주의’라는 자신들만의 어법으로 중국 현실에 대한 비판을 작품화하고 이들의 작품이 세계무대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세계 미술 심장부로 성큼 초대된 측면이 크다.


세계 미술시장 삼킨 '냉소적 사실주의'


이들은 중국문화권력의 핵심부로 들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길도 널려있었을텐데 거꾸로 중국 현실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과 중국민들의 아픔을 형상화하며 시대와 불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역설적으로(시대를 담아낸 예술작품이 영원한 클래식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들의 불화는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세계 미술시장을 재패해 버린 것이다.


이들의 선도로 중국미술에 대한 미술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끊임없는 수요를 발생시키고 이 수요는 작가를 양산하고 이를 위해 작가들이 창작할 수 있는 창작촌이 형성되고 이를 판매할 수 있는 갤러리와 미술관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세는 가히 숨이 막힐 듯 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예술이나 종교를 그닥 마땅치 않아하는 중국 공산당 정부가 직접 예술촌을 관장하고 지원하며, 새로운 갤러리 촌을 조성해 임대에 나섰다면 그 열풍이 가히 짐작이 갈만하다.


여기에 민간영역에서까지 대규모 창작촌이나 갤러리촌을 조성하고 있고 대규모 단지들이 조성되기가 무섭게 속속 들어차는 그 위세와 규모도 놀랄 지경이다.


앞서 이야기한 따산즈 ‘798’이 폐공간으로 버려진 도시 공간을 예술가들이 문화적 상상력으로 도심의 명소로 만든 대표적 문화재생 모델이라면 한국의 아라리오 갤러리가 중심이 된 ‘지우창’은 갤러리의 힘을 상징하는 공간이고 ‘환티옌’은 개인이 예술촌을 조성해 임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촌으로 예술이 투자의 대상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베이징 외곽 시골에 자리한 예술촌 ‘송장’은 명실공히 규모와 작가 면면에 있어서 중국 최대 예술촌이자 현대 중국미술의 산실로 불러도 과하지 않을 만한 곳이다.


이들 외에 새로운 형태의 예술촌이 형성되고 있으니 하나는 거대 자본이 직접 갤러리 조성에 나선 것이 그 하나고, 정부가 직접 갤러리촌을 형성해 국내외 갤러리들에게 임대에 나선 형태가 또 다른 하나다.


최대 민간 미술관인 '금일 미술촌'


베이징 차오양구 바이지완에 있는 중국 최대 민간 미술관인 금일미술관이 미술관 인근에 대규모 갤러리 타운을 조성하고 미국과 독일, 일본, 네덜란드, 한국 등 전세계 갤러리를 대상으로 입주 신청을 받고 있다. 이들이 조성중인 미술타운은 한쪽 끝에서 타운이 끝나는 지점까지의 건물 길이만도 150여미터에 달하는 정도이니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금일 미술관은 비중있는 기획전으로 이미 그 명성을 자랑하며 중국내 위상이 중국현대미술관과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중국 국립현대미술관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기획전을 한다면 금일 미술관은 현대를 선도하는 역동적인 전시로 신진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점에서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 리움미술관 정도되는 모양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미술관이 진디안 그룹이라는 부동산 재벌이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부동산 재벌들은 돈 벌어서 문화에 쏟는 모양이다.


상하이에도 이와 비슷한 미술관이 하나 있다.


바로 젠다이 미술관이다. 젠다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곳 역시 상하이 부동산 재벌인 젠다이 그룹인데 이 그룹이 ‘히말라야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복합문화센터를 건립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산바 있다.


젠다이가 세계현대미술을 소개하고 중국현대미술의 세계화를 위해 야심차게 계획한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의 작품으로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물 길이만 200m에 이르는 초대형 건물로 아트 호텔 및 디자인센터, 디자인 몰 등이 전시장과 함께 들어설 예정이서 상하이의 새로운 문화명소로 부상할 예정이다.


이 두 재벌 그룹이 중국 미술을 어디까지 견인해갈지 관심은 물론 재벌들의 문화투자가 인색한 우리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베이징시가 조성한 관음당문화지구


금일미술관 예술촌이 민간자본의 최대 영역이라면 베이징 자오양구 관음당문화지구는 베이징 시 정부가 조성한 대규모 갤러리 촌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지난해 여름께 1차 조성이 끝났고 2차가 진행중이다. 중국 화랑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화랑들도 들어서 있는데 우리 교포가 운영하는 연우화랑이 가장 먼저 문을 열었고 조선화랑과 동숭화랑이 입주 신청을 마쳤다.


이 곳에 들어서 눈에 확 띄는 화랑이 있는데 바로 ‘만수대’ 갤러리다.


특히 연우화랑과 만수대 화랑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한국 갤러리와 북한 갤러리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이채로웠다. 허나 이 만수대 갤러리는 만수대 창작소나 북한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조선족교포가 북한의 만수대 창작소 작품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일반 상업갤러리다.


2년전만해도 만나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작은 갤러리나 화상들을 통해 북한 미술이 유통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북한작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화랑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중국내에 부는 한국미술 바람


북한미술작품 전문화랑은 이곳 관음당 뿐아니라 따산즈 798에도 북한미술 전문화랑이 성업중이었고 환티옌에도 역시 만수대 갤러리라는 이름의 북한미술전문 갤러리가 오픈을 준비중이었다.


만수대 갤러리 송리안씨는 “중국에서 북한미술을 찾는 사람이 점차 늘면서 북한미술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화랑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미술 작품은 말할 것도 없다. 아라리오 베이징을 선두로 아트사이드와 표갤러리 등 10여개에 달하는 한국의 대형 갤러리들이 입주를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 것은 이미 구문이다.


중국은 이미 거대한 세계 미술시장인 것이다.


798에는 이미 일본과 홍콩, 벨기에 화랑까지 들어서 세계 각국의 작품이 거래되고 있다.


중국미술품이 중심이지만 이를 중심으로 세계의 미술작품들이 밀려들고 그대로 세계 미술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 한국미술이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지우창의 아라리오 베이징이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미술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아라리오 베이징은 중국내에서도 그 위상을 자랑하고 있고 금일미술관이 자신들이 조성한 대규모 미술촌 홍보문구에 미국 독일 일본과 함께 한국 이름을 내걸고 있는데서 간접적으로 한국미술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자본과 예술의 만남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경제속도에 미술도 그만큼 숨가쁘게 커져 갈 것이다.


석상준 연우화랑 대표.

 



한국작가 지원위해 갤러리 오픈


中진출 전진기지로 활용했으면


“한국작가들의 중국진출을 위한 대 전진기지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진출에 필요한 부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베이징 시 정부가 조아양구에 조성한 대규모 갤러리촌 관음당 지구에 한국인으로 첫 테이프를 끊은 연우화랑 석상준 대표는 일성으로 ‘작가 지원’을 말했다.


사업가로 성공해 그 여력을 예술인 지원에 쏟기위해 아예 갤러리를 오픈했다.


석대표는 “중국 미술시장이 급속도로 커가면서 중국내 한국미술 시장도 함께 커가고 있어 그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작가들이 정보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 등 현실적 여건 때문에 진출에 애로를 겪고 있는데 이 진입 장벽을 없애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작가들이 1∼2주 정도 전시를 하려면 경비가 최소 1천여만원 가량 소요돼 젊은 작가나 예술가들에게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석 대표는“이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연우화랑은 대관료를 거의 없애 실비만 내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대관료를 실비 수준으로 없애는 한편 작가들의 체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예 거주 공간까지 확보했다.


한국과 중국의 교류가 드물던 80년대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해온 석대표는 신안 출신으로 베이징 호남향우회장을 거쳐 명예회장으로 활동중이고 베이징 한인회 부회장, 북경 투자기업협의회 부회장 등 교포사회에서 크고작은 일을 도맡고 있는 중국내 1세대 교포다.